이게 바로 랜섬웨어 범죄인데요. 랜섬웨어란 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로, 범죄 조직이 회사 시스템에 몰래 침투해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 버리는 범죄입니다. 그러고 나서 "돈 내놔, 안 그러면 데이터 다 날린다"고 협박하는 데 쓰이는 범죄 도구인 것이죠😱

국내 금융권도 랜섬웨어에서 안전하지 않습니다. 올해 SGI서울보증과 웰컴금융그룹에서 실제로 랜섬웨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금융위원회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금융위는 "작은 보안 실수 하나로도 걷잡을 수 없는 소비자 불편이 발생한다. 금융안전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강력한 경고를 내놨죠. 이어서 ▲보안체계 미흡으로 중대한 보안사고 발생 시 징벌적 과징금 부과 ▲CISO의 권한 대폭 강화 ▲불시 블라인드 해킹 테스트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안사고는 회사가 과징금·과태료만 내면 끝이었는데요. 이제는 그렇게 넘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경영진과 실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양벌규정(제76조)'입니다. 이 조항은 실무자 등이 위반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 외에 법인 또는 개인(CEO)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단순 벌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즉, 사고가 터졌을 때 "우리 경영진은 랜섬웨어를 막기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CEO를 포함한 경영진은 양벌규정에 따라 형사 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죠😞

혹시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오히려 제2금융권이 더 위험합니다. 보안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걸 범죄자들이 너무 잘 알거든요. 실제로 대형 은행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같은 제2금융권이 공격자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 범죄의 '산업화' - RaaS가 뭐길래?

왜 이렇게 랜섬웨어 공격이 급증할까요? 핵심은 범죄의 산업화, 그리고 분업화입니다. 'RaaS(Ransomware-as-a-Service)', 즉 '서비스형 랜섬웨어'라는 게 등장했거든요.

더 쉽게 말하면 치킨 프랜차이즈와 유사합니다. 본사는 레시피와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 가맹점주는 돈만 내면 그걸 받아서 장사를 시작합니다. 요리를 못해도, 창업 경험이 없어도 치킨집을 열 수 있죠.

RaaS도 똑같습니다. 해킹 기술이 전혀 없는 일반인도 돈만 내면 '프랜차이즈' 형태로 개발된 랜섬웨어를 받아서 기업을 공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까요? 대부분 세 개의 범죄 조직이 분업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째, 운영자(Operator)입니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 역할을 합니다. 랜섬웨어 악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격 도구와 협박용 웹사이트, 암호화폐 지불 시스템까지 모든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걸 '제휴사'들에게 대여해주고 수익의 30~40%를 받아갑니다.

둘째, 초기 접근 브로커(Initial Access Broker, IAB)입니다. 이들은 기업 내부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훔치는 전문가들입니다. 피싱, 보안 취약점, 도난 계정 등을 이용해 기업 네트워크 접근 권한을 확보한 후 다크웹에서 판매합니다. "○○저축은행 관리자 계정, 가격 500만 원" 이런 식으로요.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열쇠만 팔아넘기고 사라집니다.

셋째, 제휴사(Affiliate)입니다. 기술은 없지만 돈을 벌고 싶은 범죄자들이죠. 운영자에게 '프랜차이즈 비용'을 내고 랜섬웨어 도구를 받습니다. 그다음 IAB로부터 '열쇠'를 삽니다. 이후 짧은 시간 안에 기업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비트코인 보내라, 안 그러면 고객 정보 전부 유출한다"고 협박합니다.

이 구조가 얼마나 무섭냐고요? 최근 KT 소액결제 해킹 사건을 보세요. 검거된 범죄자들의 기술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낮았습니다. 이들은 그저 불법 장비를 설치하고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심부름꾼' 역할만 했을 뿐입니다. 정작 통신사 코어망에 접근할 수 있는 고도화된 해킹 기술은 다른 누군가가 제공한 겁니다. 즉, 기술 없는 범죄자도 '서비스'만 구매하면 대기업을 털 수 있는 시대가 온 겁니다.

🎣 당신은 어떻게 랜섬웨어에 낚이게 되나

"나는 조심하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시나요? 영국의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 소포스(Sophos)의 '2025 랜섬웨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메일 기반 공격이 37%로 1위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어떻게 당하게 되는지 몇 가지 대표적 수단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사회공학적 심리 조작 방법입니다. 결국 모든 기술적 방어를 무너뜨리는 건 '사람의 실수'입니다.

랜섬웨어 범죄자들은 이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초기 접근 브로커에게 산 인사팀 계정으로 "전 직원 개인정보 업데이트 필요. 첨부 파일 작성 후 회신 요망"이라는 메일을 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부서에서 온 메일이니 의심 없이 개인정보를 입력합니다. 

긴급해 보이는 메일일수록 사람들은 평소처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채 무심코 클릭하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 시스템이 랜섬웨어에 감염되죠.

둘째, 스팸 폭탄 공격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메일함에 광고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1시간에 3,000건 이상이죠. 온갖 스팸이 미친 듯이 들어와 메일함이 완전히 마비됩니다. 정신없이 삭제 버튼을 누르는데, 바로 그 혼란 속에 진짜 공격이 숨어 있습니다. 

IT지원팀에서 보낸 것처럼 보이는 메일이 섞여 들어옵니다. "현재 메일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하여 긴급 점검이 필요합니다. 계정 인증을 완료해주세요"라는 내용이죠. 지금 메일함이 이상하니까 점검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클릭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가짜 로그인 페이지로 연결되고, 입력한 ID와 비밀번호는 공격자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랜섬웨어 공격 통로로 이용되죠. 

셋째, 긴급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제목의 메일입니다. '메일함 용량 초과 경고', '비밀번호 재설정 요청', '넷플릭스 결제 오류' 등의 제목으로 "계정에 문제가 생겼으니 확인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가짜 로그인 페이지 링크를 포함합니다. 사용자가 여기에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해커는 계정 정보를 훔쳐 내부 네트워크 침투에 사용합니다.

⚠️ 마지막 경고 : 지금 움직이세요

RaaS로 무장한 랜섬웨어 공격은 이미 고도로 조직화됐고, 국제적으로 분업화됐으며, 끔찍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기술 없는 범죄자도 프랜차이즈처럼 랜섬웨어를 구매해 회사를 털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올해 8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5,000건 이상의 랜섬웨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보다 31% 급증한 수치죠. 화상회의, AI, 클라우드 등 우리가 온라인으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랜섬웨어 위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우리 회사의 '열쇠'를 다크웹에서 거래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초기 접근 브로커들은 이미 우리 회사 직원 중 누군가의 계정 정보를 손에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뉴스레터를 읽으신 후, 오늘 바로 상사나 CEO에게 물어보세요. "우리 회사 보안 체계, 정말 괜찮습니까?" 원격 접속에 높은 보안이 적용돼 있는지, 피싱 대응 훈련을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비활성 계정 관리는 되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이 내용을 회사 내부에 공유하세요. 보안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리팀 김대리도, HR팀 이과장도,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사내 메신저든, 이메일이든, 회의 자료든 경각심을 조직 전체에 퍼뜨리는 것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