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 이후 22년부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습니다. 부동산 침체는 건설업자만의 문제가 아니죠. 대규모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개인과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되고, 이 중 상당 부분은 금융기관을 통한 부채로 해결이 됩니다.

22년 이전까지 돈을 빌려주는 경쟁이 벌어졌다면, 이후로는 빌려준 돈을 다시 받아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건설 및 금융업계가 구조적인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인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보도되면서 금융인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1️⃣ 하나둘 쓰러지는 건설사…은행 건설업 대출 연체율 고공행진

2️⃣ 건설사 줄도산 공포, 2금융권 PF 부실위험 높아져 

특히 부동산 호황기에 진행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급증했는데요. 최근 부동산 시장의 냉각기가 길어지면서 대출 회수가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게 바로 각종 소송의 증가와 이에 따른 공사 및 분양 지연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분양 계약 해제 소송’입니다. 주로 생활형 숙박시설, 대형 상업 시설 등에 투자한 수분양자들이 ‘분양 정보가 잘못됐어!’, ‘시행사가 처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계약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거죠. 

이에 대해 실제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저희가 살펴본 판결의 공통된 기조는 ▲투자 위험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부담 ▲분양사의 다소 과장된 설명이 계약 해제 사유가 되지는 않음 ▲계약해제는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로 제한 ▲투자는 분양자의 신중한 판단과 책임이 전제됨 등인데요. 법원은 계약해제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거래의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홍보 과정에서 시세차익 혹은 전매 가능성이 보장된 것처럼 기망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이를 취소 내지 해제해야 한다"는 수분양자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투자는 본인 책임과 판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위험 부담도 본인이 진다는 취지였죠.

또 지난 12월에는 시행사의 건축물분양법 위반을 이유로 한 수분양자의 분양계약 해제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분양 과정에 경미한 법 위반사항이 존재하여 시행사가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이를 계약 해제 사유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처럼 패소 가능성이 높음에도 수분양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주된 이유는 뭘까요? 소위 말하는 침대축구🛏️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투자에 대한 이익이 크게 줄거나 손해가 예상될 때, 소송을 통해 잔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 높은 금융비용이 부담스러운 시행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또 소송이 장기화되면 시행사가 대주로부터 채무 변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행사는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부동산을 반환받아 이를 담보로 재차 대출을 실행할 수도 있죠. 그럼 수분양자는 처음 목적대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최대한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앞선 점수를 지켜보려는 침대축구와 유사한 행태죠.

그런데 말입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수분양자에게 중도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은 시행사와 수분양자 사이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 없이 상환을 받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애초 계약대로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할 마음이 없기 때문에 분양해지 소송을 진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에 돈을 갚을 생각도 하지 않게 되죠. 이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중도금을 대출받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채무부존재 소송’입니다.

2023년 4월 고지된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무부존재 소송이 진행 중이면, 금융기관은 해당 채무에 대한 추심을 제한받으며 수분양자는 채무불이행자 명단 등재도 피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채무부존재 소송의 주요 판례를 보면 금융기관이 승소할 확률이 거의 99%에 이릅니다. 가이드라인의 취지와는 다른 경우라고 보는 거죠. 다만 앞선 ‘분양 계약 해제 소송’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만 해도 금융기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죠😡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 볼까요? 부동산을 자동차, 수분양자를 소비자, 금융기관을 카드사라고 생각해 볼게요.

자동차 구입 비용을 카드로 긁었는데 막상 인도받는 도중에 “내가 차를 속아서 샀다. 자동차 비용을 돌려달라!"라고 자동차 영업소에 가서 드러눕는 게 분양 계약 해제 소송입니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자기가 카드로 결제해 놓고 차가 잘못됐으니 카드값을 낼 수 없다고 카드사에 따지는 소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동차 회사에서 환불받아야지 왜 나한테 따지는지 황당해지는 상황인 거죠.

한편, 일부 법무법인들이 수분양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각종 집단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승소 가능성을 과대 홍보하면서 사업의 좌초로 건물을 지은 시행/시공사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큰돈을 투자한 수분양자들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을 조장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에 맞서려면 선제적인 법적 대응이 ‘정석’입니다. 선수필승 전략이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이행의 소를 제기하면 채무자는 해당 소송에서 채무의 부존재를 다툴 수 있을 뿐 별도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를 할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즉, 선제적으로 중도금 대출 채무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수분양자는 동일한 채무를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돼 사전 봉쇄 효과가 생기는 거죠.

또 수분양자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중도금 대주 측에서는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신청하는 방법을 통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채무에 대해 가압류 등 보전 조치를 진행하는 건 법적으로 가능해 보입니다”라며 “이건 법원의 채무부존재 판결이 없어도 일단 채무자의 재산을 보전하는 조치인데 채무부존재 확인이 되면 바로 채권 회수가 가능해집니다.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권해석도 신청한 상태입니다"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